| 2001/12/11(00:05) from 210.107.27.35 | |
| 작성자 : 김제원 (crazycrazycrazy@hanmail.net) | 조회수 : 778 , 줄수 : 111 |
| 취하라... |
|---|
|
.. 취하라 늘 취해 있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이것만이 문제다. 어깨를 억눌러 그대를 아래로 구부리게 하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노상 취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뜻대로. 다만 취하기만 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물 위에서나, 당신 방의 음침한 고독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취기가 이미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짓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몇 시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구박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노상 취해 있으라!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뜻대로..." 이틀연속으로 야작을 하면서도 뜻을 이루지 못했던 이번 프로젝트. 월요일 오후에나 마감일을 알게됐던것은 나의 관심없음때문은 아니다. 나는 정말정말 건축을 즐거워하고 재미있게 느끼고있다. 어제밤 시간에 쫓겨 혼자서 고독한 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정신없이 모형제작에 몰두하고있는나를 무심코... 정말 무심코 내 스스로가 발견했을때 놀라는 마음보다는 즐거움이... 잠시 허리를 펴기위해 화장실의 작은 창으로 온세상을 다봐야하는 그때에도 몽롱한 정신속에서도 난 그걸 정말로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내 손이 늦은 걸까? 머리의 회전이 늦은걸까? 알 수없다. 왜 밤새도록 모형만 만들어도 시간이 부족했는지/....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재료의 사용때문일까? 알수없이 시간은 자꾸간다. 학교의 분주함은 내 예상 뿐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사의 차례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랴부랴달려오던 버스간에서 받은 원석이의 따스한 전화 한통화로 내 차례가 지나갈 것임을 알고 있었으나 지금 이 많은 대기자들을 뚫고 검사를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맘속으로 느낀건데 정말 프로같은 사람들의 작업 완료 후 작품들을 보고 있나니 너무고 헐벗은듯 옐로페이퍼에 옅은 샤프로 그려진 6장의 도면과 별로 멋지지도 않은 모형만을 들고 온 나는 정말이지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이레저레 차례가 끝나가고 늦게 달려온 용훈이 검사를 맡을때 친구덕분에 덩달아 용기가 난 겨우 검사를 받게됐는데... 허공을 나를줄 알았던 모형을 상상했던 내 예상과는달리 교수님은 내가 포기한줄 알았다고 하시며 그런데로 따뜻하게 검사를 해주셨다. 떨리고 있었다. 내 학생생활 중 이렇게 떨려본것은 처음일까? 손도 떨리고 있었다. 괜히 우수워 보일까봐 애써 떨림을 참고 있었다. 이 떨림은 쉽사리 멈추질 않았다. 검사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로를 호소했고 이미 누워서 자는이들도 여기저기보였다. 그런데 난 잠이오질 않았고 그리 피곤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이틀간 쉬엄쉬엄했다는 것은 절대아니었다. 알 수없는 힘과 떨림때문에 어떤 피로도 알 수없었다. 단지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상해서 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후회하거나 포기해버린 시원한 마음은 도무지 있지를 않고 아무것도 없었다. 내 마음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반문해보았다. 왜 아무것도 없느냐고... 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워젔다. 하지만 스스로를 위안하고있었다. 처음으로 제시간에 모형을 만들었다는 정말이지 보통의 사람들이들으면 너무 우수워서 웃지도 않을 그런 일에 난 위안삼고 있었다. 점심때 같이 밥을 먹던 사람중에 누군가 "너 전과해야되는거 아냐?" 하고 농담삼아 얘기했지만 난 절대 변함없었다. 아까 교수님이 "난 자네가 포기한줄 알았어" 라고 말씀하실 때 대답했던 "아뇨!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이 떠오르며 난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 난 취해있었다고.... 늦으막에 취해서 큰성과는 없었지만 그 작은 내 행동의 결과물에라도 난 정말 취해있었다. 그리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본춘형 오랜만 이예요. 과제때문에 왔다가 형의 글을 보고 쓰고싶은 충동에... 얼마전 쓴글이에요. 크...반가워요. 기억하실런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