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춤>을 보고 난 뒤, 이 영화가 좋다면 당신은 분명 제라르 코르비오의 전작 <파리넬리>도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왕의 춤>이 마음에 안든다면 역시 <파리넬리>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중세의 화려한 음악만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내러티브? 하도 듬성거려 지루하다. 배우들의 카리스마나 연기? 치렁거리는 헤어스타일과 의상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가 흔히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사실성 여부를 놓고 관객들에게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살리에르는 모짜르트를 죽였는가, 오스카 쉰들러는 순수한 자비심에서 유태인들을 구했는가 따위의 의심처럼 말이다. 극중의 모습처럼 루이 14세가 신하들을 관중으로 모셔 놓고(?) 퍼포먼스를 벌이던 발레리노였다는 게 믿겨지는가? 하지만 이 점은 사실이다. 프랑스 중세 왕들은 예술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륄리는 어떨까. 그 역시 영화에서처럼 결혼해서 6명의 자녀까지 낳았지만 동성애자였고, 그로 인해 도덕주의자들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왕의 춤'을 제목으로 삼고 있지만 이 영화는 '춤'보다는 '음악'이 더 비중있게 보인다. 코르비오 감독이 <가면속의 아리아>와 <파리넬리>에서 그가 사랑하는 고전주의 음악을 찬미한 것처럼 <왕의 춤>에서도 궁극의 주인공 륄리는 음악가고 그가 작곡한 음악이 그 다음 주인공이 된다.
출처:empas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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