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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집 |
| 2024/03/23(02:20) from Anonymous Host | |
| 작성자 : ??? > 류성룡 > 김정락 | 조회수 : 4 , 줄수 : 14 |
| 만대루 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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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dailu 01 via kim jeongrag 432766692_7851503704901800_7455184819335978398_n.jpg 김정락 <만대루(晩對樓)> 고대의 현자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말 중에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란 것이 있다. 피타고라스가 세계를 수(數)로 치환하고, 수(치)들의 비율과 배치에서 질서와 아름다움을 찾아낸 후, 사람들은 음악에 그리고 건축에 이 공식을 대입하였다. 그러니 건축과 음악은 근친의 관계가 되었다. 괴테는 건축을 시(詩)에 비유하였다. 우연찮게, 시란 개념은 - 한자를 해자하면 - ‘말의 집’이다. 나아가 ‘말을 모시는 집’일 수도 있다. 그래서 “시는 그림처럼(ut pictura poiesis)”이란 정의는 ‘시는 건축처럼(ut architectura poiesis)'으로 응용해도 말이 된다. 동양에서(그리고 한국에서) 집을 짓는 것은 간혹 시를 짓는 것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둘 다 짓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렇고, 집의 위치나 모양 그리고 그 집에 깃들 의미가 시와 밀접한 연관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서애(西厓) 유성룡 선생을 모시는 병산서원(屛山書院) 입구(복례문) 바로 뒤에 자리 잡은 긴 누각 만대루(晩對樓)는 시의 건축적 구현이다. 만대루는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백제성루(白帝城樓)』의 한 구절이다. 취병의만대(翠屛宜晩對) 백곡회심유(白谷會深遊) 푸른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수는 늦을 녘 마주 대할만 하고 흰 바위 골짜기는 여럿 모여 그윽이 즐기기 좋구나. 만대루는 정면 7칸 측면 2칸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서원누각’이다. 길이 7칸의 누각은 누워서 뒤에 있는 동재와 서재 그리고 입교당을 감싸 안는다. 2층 누각은 아래로는 겸손한 출입을 허락하고, 위로는 정진에 지친 학도들에게 쉼과 사색의 장소로 마련되었다. 2층의 누각은 현기증을 불러올 정도의 고양감과 너무 낮아서 늘어진 안정감 사이에 적절한 높이를 정했다. 그래서인지 누각에 앉아 바라본 풍경은 숨 막히지 않다. 거기서 7폭의 병풍을 펼친 듯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 지류와 강 건너 병산이 산수화가 되는 고요한 스펙터클을 감상하게 된다. 만대루는 두보의 시처럼 느긋하고 자연스럽다. 누각과 마당을 잇는 두 개의 계단도 큰 통나무를 도끼로 대충 깎아 만든 것이고, 기둥과 들보들도 하나같이 바람과 시간 속에 뒤틀린 소나무의 인생을 숨기지 않는다. 휘어지고 구부러진 기둥과 들보들이 적당히 취한 듯한 풍류를 자아내는 것도 편하다. 심지어는 기둥을 받치는 주춧돌도 거의 다듬지 않았고, 같은 모양이 없다. 천리(天理=자연)를 따르는, 그렇지만 강요된 복종이 아니라 친화적인 순종으로서의 인공을 추구한 만대루는 스스로 시가 되어버린 느낌을 준다. 이 소박하고도 넉넉한 누각은 부슬비가 내리는 오전에도 좋고 보름달 뜬 저녁에도 좋다. 아! 안동소주를 잊으면 안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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