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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집 |
| 2001/08/10(12:50) from 210.123.35.39 | |
| 작성자 : 금누리 (gumnuri@chollian.net) | 조회수 : 2552 , 줄수 : 97 |
| 기사02.갈무리 (동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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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열입니다. 아까 학교에서 랜 끊는다고 하더니... 접속이 아에 안되는 군요... 학교도..전자공장도... 일단 기사내용 교수님께 보냅니다.. *** 디지털 세상에서 산다는 건 매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걸 뜻한다, 고 그가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이메일 주소를 두고 사는 건 이젠 우주선 발사처럼 친숙해져 버렸지만, 그가 보 내오는 신호들은 왜 그토록 청결한 도취를 안겨주는 걸까. 조각가, 무크지 편집인, 우리글꼴 발명가, 혹은 금누리 전자공장 주인.... 하지만 그 말들의 유용성이 외국어를 오역했을 때처럼 그를 훼손하는 듯한 이 기분은 뭘까? 어쨌든 그는 '금누리(gumnuri)글꼴(1990)'과 '구름(gureum)글꼴(1993)'을 발명했고, '두루 (duru)쓰기(1995)'가지 창안하면서 4차원 글꼴에 관한 연구를 하고있다. 그리고 10여 년 전에 창간해 지금까지 무크지 형태로 발행하고 있는 실험문화 계간지 <보고서-보고서> 속엔 결이 촘촘한 아나키스트의 시각과 실험적인 문화에 관한 지속적 관심, 기억 없는 과거에조차 수치를 불러오는 듯한 감수성이 죄다 포섭돼 있다. 문화를 읽는 우리들의 결 핍되었던 지성까지.... "내 작업에 어떤 시대적 정황이 크게 반영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전 세계 에서 통용되고 있는 미국적 알파벳 중심으로 돼 있는 전산망이나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디어에서 우리 글꼴에 존엄을 부여한다는 생각이 제 작업의 밑바탕에 갈려 있 다고는 말할 수 있겠죠" 침묵의 두께를 찢고, 느리고 긴 움츠림 속에서 그가 말했다. 그 전언 뒤엔 새로운 세계 의 일원인 채 특정 국기에 묶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지성인의 술회가 아름답게 밀 려나오고 있었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정신이 곳곳에 스며들듯이. '금누 리 글꼴'이나 '구름글꼴'에서처럼 그는 우리 글꼴이 알파벳 중심의 전산 체계에서도 효 율적이고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건 누려보지 못한 자의 비극 적 세계관이 아니고 거리를 둔 시선으로 가능한 어떤 경계 같은 것이다. "파리에 있을 때, 한글 전환 프로그램이 없어서 불편했죠. '두루쓰기'를 창안한 것도 세계 어느 나라 컴퓨터에서도 여러 나라 언어를 한 화면에 쓰면서 우리 글을 중심으로 정보망을 주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꽤 오래 됐지만 표준화되 지 않아 아진 즐겨쓰는 사람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언어는 적자 생존된 커다란 얘기들이다. 한글사 역시 수없이 많은 문화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살아남은 것. 검증된 것들만이 살아 남아 계보를 만든다. 한글 타이포그래피 속 에서 금누리 교수가 남긴 바퀴 자국은 노면에 부딪힐 만큼이지만, 여전히 그는 실험을 통해 4차원적인 서체끼지 만들어 내면서 20세기 이전의 우리 글꼴을 21세기로 불러들이 고 있다. 화학의 기본원리를 잘 아는 학생처럼, 용액을 배합하듯 그는 말했다. '모든 세대는 다 음 세대에 영향을 미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는 의무, 전통, 소 심함의 표어가 걸린 지난 세대의 일원인 채 과거의 사실을 꼼꼼히 확보해 두었다. 끊임 없는 시도와 자신감은 그의 수단이 되었고, 금누리 교수는 그렇게 영어로 방치된 디지털 시대에 한글 네트워크로 새로운 미디어를 채워가고 있다. "네트워크가 변변치 않았던 시절, 전자통신으로 알게 된 사람끼리 오프라인 모임을 가 졌죠. 그 때가 1988년 6월 쯤이었죠. 아마 우리나라 최초의 번개모임일 겁니다. 그 때 모인 사람들이 약 30명 정도였는데....지금 잘 나가는 사람들도 있죠." 그는 디지털 전사(戰士)도 아니었고, 퀼트 모자를 쓴 비트 제너레이션도 아니었다. 그 냥, 자꾸 덧칠되는 풍경화를 관통하는 직선의 움직임만 있을 것 같았다. 동튼 지 오래인 디지털 시대의 기적과는 너무 무관할것 같은 얼굴과 시든 봉숭아처럼 흐트러진 잿빛 머 리칼을 가졌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디지털 문화라는 거대한 원심분리기 속에서 도 강력한 청각을 지닌 문화 조정자가 되었다. "조각가인 나의 작업실은 여느 철공소와 다름없는 도구와 기계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금속공장이죠.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면 여느 공장보다는 좀더 예술적이 라고 할 수 있고 컴퓨터가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조수들 모두에게 전자통신과 장비를 쓰도록 했습니다. 전자공장인 셈이죠" 그의 조수와 조교출신 제자들은 모두 건축이나 조각, 공예, 디자인 전공한 창의적 작업 에 종사하는 예술학도들이지만 조수 또는 조교라는 지위를 갖고 있지는 않다. 대신 그들 은 모두 '공장장'으로 불리고 있고, 그의 연구실 조교들도 그렇게 불리기를 원한다. 금 누리 전자공장 사이트의 이력서에도 모두 '금누리전자공장 공장장 역임'으로 올려져 있 다. "내 생각들을 감추고 있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이 나를 읽기 쉬운 이유죠. 하지만, 나를 어렵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너무 어리석게 여겨지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면, 감 성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 지도 모르고.." 그의 세대는 몇 가지 경험에 따라 독특한 자질을 갖추었다. 안락을 알면 서도 긴장하며 살도록 학습되었고, 부지중에 집중력을 잃어버린 세대, 너무 충전을 해 오히려 비어버린 , 찌그러진 네온간판 같은 세대를 거친 그안에서 보편성보다는 개성을 추구한다는 건 결 코 수월한 일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실험적인 자세를 견지할 겁니다. 이 나이, 사실 몸에서 젊음이 빠져나간 나이일지도 모르죠. 마음에서마저 젊음이 빠져나가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두 아이가 모두 고등학교에 다니는 쉰 살. 시간의 탐험 속에서 조금 토라진 육체. 물정 에 통달한 척하지 않은 채, 그는 인생의 고비마다의 필연적 손실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 리고, 모든 기호와 상관없을 것 같은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밝히기 시작했다. 생에 원하 는 것들을 할 수만 있으면 단순하게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내게 있어 소중한 것들은 나를 듣고 읽는 사람들입니다....가족과 제자. 벗들이죠. 물 론 가장. 소중한 것은....나 자신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사는 것보다 설명하는 게 더 힘들다. 고해가 해롭지 않은 경우도 별로 없다. 하 지만 그 고백의 언저리에 부력을 얻는 듯한 기분은 무엇일까? 7월29일, '플래시 컨퍼런 스 2001'에서 그는 국내외에서 몰려올 디지털 세대들에게 '글꼴들(typoem)'이라는 테마 로 여러 나라 글을 한 화면에서 쓸 때, 우리 글꼴의 정체성과 국제적 전산망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할 등에 관해 강의할 예정이다. 한글에는 매혹 이상의 무엇이 있을까. 그가 우리 글꼴을 쓰면서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금누리 교수와 인터뷰를 마친 날, 그가 보여 준 금누리 글꼴을 다시 보았을 때, 저녁식탁처 럼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았다. 한글은 생명 없는 되풀이도, 하얀 종이위의 가만 음절들의 조합도 아니란 걸 더 많이 알게 됐으 니. 이종수 기자. computerARTS. createONLINE. 2001.08 *** 동열. -------------------------------------------------------- yal. design of architecture. kookmin university. yaree@dreamx.net . yaree@popsmail.com . yare@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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