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누리 곳집

곳집

2004/10/20(13:06) from 210.123.35.39
작성자 : 금누리 (gumnuri@chollian.net)	조회수 : 600 , 줄수 : 202

디자인.넷...잠깐.담아둠 ... 한글수다마당

안

지은

님

절하며

아래 짬이 모자라나...다른.것은.아직.읽지 못하고...제것만 좀 손 보았습니다 ...

꼭.바로.잡기를.바라고...

전화한번.주기를.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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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_ 부수고 새로이 다가가자_ 금누리

명나라 때 붓글씨 모양에서 따온 명조와 유럽의 고딕이 한글 꼴 이름으로 쓰이게 된 이유는 가진 자의 세력 때문이다.

세종이 그 때 우리 백성들과 우리나라 문화가 중국과 달라 하도 치이고 시달리니까 우리 고유의 글, 한글이라는 핵폭탄을 만든 것이다.

총 칼로 치고 박고하는 것보다 얼마나 아름다운 무기인가?

집현전 선비들이 애써 이 글자 저 글자 모두 따져보고 만든 것이니 아끼고 잘 다듬어 써서 발전시켜야 한다.

다다dada란 다 부수고 새로이 나아가는 것을 뜻하는 셈이다.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리면서 이미 더 할 것이 없어 보이던 한계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판을 만든 것처럼,

세종과 집현전 선비들은 550년 앞서 우리나라 사람들 누구나 쉽게 새로이 생각을 펼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마당을 다다처럼 만들어 준 셈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께도 쉽게 쓰일 수 있도록 한글과 더 놀아보고 부수면서 새로운 값을 더 높이 드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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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n ri ...artist... http://gumnuri.kookmin.ac.kr ... ph: 011 319 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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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디자인네트의 안지은입니다.

vain2@hanmail.net

부탁하신 수다마당의 기사와 함께 행사장 스케치 사진을 동봉합니다.

수다마당에서의 열정적으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한글과 문화예술에 대한 금누리님의 애정과 지식

또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면상 여러가지 내용을 다 싣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그럼 날씨가 쌀쌀해 지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안녕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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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다다_수다마당

한글에 대한 발칙한 수다

상상력이 유난히 발달한 문화 전반의 지식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저마다 한글과 문화에 대해 한마디씩 하기 위해서다. 규칙은 없다. 너무나 준비된 발언때문에 청중들이 고생했기에 아무런 준비없이 수다를 한 보따리 풀어 놓는 동안, 한글과 한 번 놀아보자는 것이다. 한글의 고정관념을 난도질하니 새로운 영토가 발견된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정리,구성_ 안지은

HI HANGUL _안상수

1997년 이코그라다를 서울에 유치하기 위해 우루과이에 갔다. 국제회의에서의 첫 발표였기에 6개월 전부터 매우 노심초사했고, 비행기 안에서의 1박 2일은 영문원고 때문에 긴장이 극에 달했다. 주제는 한글의 타이포그래피 가능성. 한글로 실험하고 작업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렇게 힘들게 준비했던 발표가 끝이 났는데 한동안 아주 고요하더라. 죽을 썼다고 직감하고 머리 속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이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몰려오며 전대미문의 사인공세가 시작되었다. 주최측이 저지하는데도 말이다. 그날은 너무 황홀해서 그렇게 구름 위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사람들이 다가오더니 Hi Hangul, how are you? Good Morning Hangul? 하면서 인사들을 건네는 것이 아닌가. 나의 별명이 ‘한글’이 된 그 짜릿한 순간. 감정이 북받치면서 뜨거운 그 무엇이 깊이 자리 잡았고, 나는 이를 계기로 차기 이코그라다 부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한글의 매력을 세계에서 인정받고, 훌륭한 타이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내가 또 한 번 크게 바뀐 계기였다.

권위가 이미지에 가지는 공포_ 김영하

1993년에 군에 입대했다. 때는 바야흐로 워드의 초창기로서 행정병으로 배치받은 나는 워드 2.0의 새 기능인 11포인트로 문서를 작성했었다. 군 문서의 옵션이란 게 고작 두 가지다. 글자 크기는 보통과 두 배, 폰트는 고딕과 명조. 이를 어기고 크리에이티브하게 글자 크기를 11포인트로 조정하거나 이탤릭체를 쓰면, 예뻐진 문서를 보고 놀란 중대장이 “너흰 왜 못해?” 하며 편하게 살고 싶은 행정병들을 구박하고, 심지어 자신도 불편해 하므로 함부로 글자에 미학을 도입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중간 고참들은 혹여나 의욕있는 신참이 현란한 기술을 가미해 군에 파장을 일으킬까 “야 너 이리와.” 하며 모든 문서에 검열을 해댔다. 그렇게 2, 3 년간 그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군 문서의 건조한 전통은 유지되었다. 군대 뿐만 아니라 국회, 정부, 학교가 고수하는 것. 글자가 근간이 되는 문서의 다양한 모습들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지에 각자 개입해서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왠지 자유롭고 어렵지 않은 ‘이미지’ 라는 놈의 출현이 그들의 권위와 위계를 흔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때에 비해 지금은 문자의 아름다? 遲?비교할 수 없이 늘었다.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파워포인트와 포토샵 등으로 문자를 이미지화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다양한 폰트와 한글의 조형성을 타진하는 실험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즉 보여지는 문자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미지 다루는 사람 vs 문자하는 사람 _이재룡

맨 정신에 수다를 떨어본 적이 없기에 이런 자리가 익숙치 않으니 양해바란다. 그리고 글쓰는 사람으로서 적진에 들어 온 느낌이다. 요즘 사람들이 읽기를 등한시 한다고 하는데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못써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영상과 시각문화의 범람에 그 책임을 전가해온 것이 사실이다. ‘책 읽었어?’ 보다는 ‘책 봤니?’ 가 더 많이 쓰이지 않는가. 그런데 이제 문자까지도 시각화 한다니, 글쓰는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이제 이미지를 다루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이 공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 학생들을 보면 필체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낀다. 손으로 쓰는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리라. 불란서 학생들에게 한글과 문학을 가르쳐준 적이 있는데, 그들도 대학생 때 한글을 처음 접한 터라 필체가 엉망이었다. 한글이 과학적이어서 편한데 너무너무 헷갈린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특히 ㅏ 와 ㅓ는 점 하나가 왼쪽 오른쪽에 달려 있는 미세한 차이로, 우리야 익숙해져서 쉽게 구별하지만 그들 눈에는 그게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말랑말랑몰랑 관계와 몸이 느껴지는 소리_ 임정희

한글을 보고, 듣고 있자면 육화된 몸이 느껴진다. 다른 언어에서 느껴지지 않는 풍부한 감성과 함께 후각과 청각이 함께 사는 것 같다. 유학가기 전에는 한국어로 그렇게 잘 조잘조잘 댔는데, 낯선 땅에 도착하니 어느 날씨 좋은 날, “하늘이 맑다” 는 간단한 말도 외국어로는 표현이 되지 않았다. 그 느낌이 제대로 묻어나오지 않더란 말이다. 물론 모국어가 아닌 탓도 있겠지만 나는 일년 동안 말 한마디 후련하게 못한 채 더부룩하게 살았다. 그리고 다시 만난 한국어는 ‘이런 몸의 느낌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할 정도로 재기발랄하며 아방가르드한 느낌까지 받았다. 이는 예로 들자면 여성의 넓은 시지각 스펙트럼과도 닮았다. 소개팅을 해도 남자들은 “어때? 예뻐.”“ 치마입었어.” 등의 표피적이고 단순한 것을 물어보고 기억하지만, 여자들은 겨우 10분을 보고도 그 남자의 가르마가 어느 쪽으로 쏠렸는지, 와이셔츠가 어땠는지, 말할 때 입모양이며 목소리, 눈빛, 피부상태 등을 우루루 쏟아내며 결국에는 그 사람이 어떤 종류라는 해석멘트까지 달 수 있을 정도로 그 시각의 통로가 여러 겹이다. 때문에 표현도! 생생하며 구체적이고 장시간 수다도 거뜬하다. 이렇게 통로가 넓은 한글의 이미지화 작업이 아직은 어리고 세련되어 보이지 않지만 특유의 시청각적 태생으로 조형적 이미지로서 약진이 기대되는 바이다.

다다_근엄을 부수고 새로 시작하자_ 금누리

명나라 시대의 붓글씨에서 따온 명조와 유럽의 고딕이 주요 필체가 된 이유는 가진 자의 세력때문이다. 세종이 당시 우리 국민이 중국에 하도 치이고 시달리니까 우리 고유의 글, 한글이라는 핵폭탄을 만든 것이다. 총 칼로 치고 박고 하는 것보다 얼마나 아름다운 무기인가? 집현전 학자들이 애써 이 글자 저 글자 모두 따져보고 만든 것이니 소중하게 잘 써서 발전시켜야 한다. 다다(DADA)란 다 부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리면서 이미 더 할 것이 없어 보이던 한계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판을 만든 것처럼, 우리나라 국민이 누구나 쉽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소중한 자산인 한글과 더 놀아보고 부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보자.

믿을 게 한글 밖에 없다_ 안상수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정말 부러워 죽겠다.” 이태리의 레오나르도 버넷이라는 디자이너가 이렇게 말했다.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고, 그 언어를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큰 축복이기에 샘이 난다고 하더라. 일년의 반을 중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모든 것이 이미 있다’ 이다. 색동? 이것도 여기 있었네. 단청? 저것도 있잖아. 가면 갈수록 우리가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 한글밖에 없다고 뼈져리게 느낀다. 한글을 계속 연구하고 유희하는 것은 한국디자인의 국제경쟁력을 위한 첫 걸음이다.

한글에 대한 피해망상을 버려야_ 김영하

한글날이 가까워지면 마치 일년 동안의 과오를 반성하듯이 한글에 공헌한 분들을 찾아내고 통회의 시간을 갖는 것은 한글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없어져 간다는 집단적인 피해망상의 발로이다. 그리고 최근 채팅용어를 언어파괴의 주범이라며 단죄하고 공격하는데 이렇게 너무 엄격하게 하지 말자. 되는데 어쩔거야. 말도 안되는 실험들은 자연히 사라질 것 아닌가. 초딩분들이 부지불식간에 한글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갖자. 앞으로의 한글날은 미래 한글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노는 날이어야 한다. 김구의 독립선언을 읊는 것 같고, 나랏말싸미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은 한글의 정신을 잘못 해석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깨주기를 바라고, 다른 사람의 상상력으로 자기가 깨지길 바라는 여러가지 상상력이 있는데 너무 제한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