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누리 곳집

곳집

2000/08/14(16:57) from 210.123.35.44
작성자 : 김현진 (ssamziespace@yahoo.co.kr)	조회수 : 1039 , 줄수 : 58

electronic cafE

<Electronic Cafe>/ 금누리(현 국민대학교 조소과 교수)

<일렉트로닉 카페>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
<일렉트로닉 카페>, 번역하면 전자 찻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88년 봄, 3월경에 오픈한 것 같다. 그 당시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이와 동시에 네트웍을 활용한 통신이 시작되었으나 대중화되지 않았다. 통신이나 인터넷이 본격화되기 이전이었데, 컴퓨서브CompuServe라는 회사가 생기면서 국제적 네트웍이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을 무렵이다. 이와 같이 네트웍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네트웍을 예술과 연결지어 실험적 공간을 만들고자하는 생각을 안상수 교수와 하게 되었다. 그 직접적인 계기는 산타모니카의 킷 갤러웨이와 셰리 라비노비치가 그러한 개념의 통신 미술을 시도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업실을 <일렉트로닉 카페>라고 명명한 후, 84년 올림픽 즈음에 로스앤젤레스 현대 미술관과 작업실을 잇는 통신미술을 시도한 바 있다. 86-7년 무렵, 그들이 안상수 교수에게 자신들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고. 안상수 교수는 그 아이디어를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후원을 받아 작업실에서 일시적으로 (통신미술을) 시도한 것이었으나 그러한 일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가 되어 각기 L.A와 서울에 <일렉트로닉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네트웍을 이용한 미술 행위가 가능한 카페를 만들기위해 안상수씨와 내가 공동투자를 한 것이다. 안상수가 3000만원, 내가 300-500만원 가량을 투자했다. 또 한규면(?)이라는 컴퓨터매니아가 10만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기억한다.

위치는?
국동 방송국과 주차장 사이. 3년 가량, 87년부터 91년까지 운영했다. 공간이 협소하고 테이블 수가 적어 현상유지만 하다가 문을 닫았다.

카페 운영은 어떻게 했나?
안상수와 나는 가끔 들러 내부를 정비하고 살피는 정도였고 실제적인 관리는 매니저가 담당했다.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와서 새로운 매체들과 그 가능성을 접할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기대만큼에는 따르지 못한 듯 싶다. 오히려 컴퓨터매니아들의 방문이 더 잦았다고 생각된다.대략 예술가들 1/3, 컴퓨터매니아들1/3, 호기심에 찾는 이들 1/3의 비율로 찾아왔다고 보면 된다. 예술가 중심의 카페를 만들고 싶었으나 점차 컴퓨터 매니아의 아지트화 되었다. 어쨌든 전자카페가 네트웍 상용화에 영향 미쳤다고 본다. 이후 2-3년후 국내에서는 선진국보다도 빨리 인터넷 카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의 갤러리 카페에도 약간의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P.C나 통신시설은 어떠했는가?
16비트 컴퓨터를 전화선에 연결하여 네트웍화 되도록 했고, 흑백 모니터에 오렌지 색 글씨가 뜨도록 만들기는 했지만 지금 보기에는 조악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통신 네트웍의 개념을 수용해서 이것을 대중화시킨 것으로는 세계 최초이며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미술적인 면을 미루어 놓더라도 네트웍 역사상 기록될 만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예로는 우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이버 카페 1호라는 것과 또한 오프라인 미팅이 국내 최초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 참여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
네트웍 유저들이었다. 당시 ID를 가진 사람들은 국내에 120-130명 가량이었다. 이중 30-40명이 모였는데 주로 컴퓨터 계통 종사자나 매니아들이고 미술가는 나와 안상수 둘뿐이었다.   당시 컴퓨터 계통의 원로인 유경희 박사(당시 데이터 통신 주식회사 고문)이 모임을 주선했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미술관련 행사- 전시나 퍼포먼스는 없었나?
없었다. 그보다는 주로 문화적인 영상물들- 핑크플로이드의 뮤직 비디오와 러시아, 중국의 애니매이션들과 음악-을 평상시에 많이 보여주었다.
사실 예술가들이 모이면 그것으로서 퍼포먼스는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특별한 공연이나 이벤트는 없었지만, 네트웍을 활용하도록 하는데 더 의미가 컸다.

L.A와 서울을 연결하는 통신미술 프로젝트를 했다고 하는데, 오픈 후에 바로 기획했는지?
바로 하지는 못했다. LA측의 카페가 준비되는데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의 <일렉트로닉 카페>는 네트웍을 이용하는 대중적인 개념의 카페로는 세계 최초이다. 말하자면 최초의 사이버 카페,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안상수 교수가 안그라픽스의 사장이었던 때여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우리측은 준비한 지 3-4개월 만에 카페를 오픈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쪽에서는 허가상의 문제나 경제적인 이유로 금방 오픈하지 못했다. 원래는 L.A 시내에 열기로 했었으나 결국 여러 사정으로 그들은 작업실에 카페를 만들어 주말에만 오픈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결국 연결 프로젝트는 2년 후에 하게 되었다. 그것이 90년 9월 17일이었다.

전자통신 미술의 내용을 소개해 달라.
서울에서는 고낙범, 금누리, 문주(?), 백광현 안상수 이규철 이불 최정화 등이 참여했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킷 갈러웨이 김효신 하워드 김, 박혜경, 박혜숙, 셰리 라비노비치, 로디아노 크래프트가 참여했다. 재미교포 작가들을 포함해서 많은 한국 작가들이 주축이 되었다.
네트웍을 이용한 통신미술을 하는데는 컴퓨터에 연결된 모뎀 통신과 일반 전화. 팩스, 화상전화 등 전화라인 4대가 필요했지만, 우리 <일렉트로닉 카페>에는 2대뿐이었다. 그래서 실제 프로젝트는 전자카페가 아니라 전화도 여러대 있고 공간이 넓은 안그라픽스(?)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당시 1200bps 컴퓨터를 사용하는 등 열악한 시설이었다. 컴퓨터로는 텍스트만 주고받을 수 있었고, 화상은 주고받을 수 없었다. 당시 시제품이던 비디오 폰은 아직 허가받지 않은 통신 품목이었는데, 엘지 전자에 의뢰해서, 2대를 빌려서 비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날로그식인 전화와 디지털인 비디오폰의 속도간에 차이가 너무 커서 다음 화상이 전달되는데는 6초정도가 소요되었다. 말, 텍스트, 화상을 각각의 통신수단으로 따로 보냈고, 스피커폰 사용해 모인 이들이 소리를 듣도록 했다.

퍼포먼스 내용은 어떠했는지?
내가 90년 10월 공간지에 기고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1990년 10월 <공간> 글 금누리

  화상전화기의 몇가지 전기, 전자 장비를 이용한 예술 통신이 19900917에 서울과 로스엔젤스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 서울측 참여 작가는 고낙범, 금누리, 문주, 백광현, 안상수, 이규철, 이불, 최정화, 로스엔젤스 측 작가는 킷 갤로웨이, 김효신, 하워드 김, 박혜경, 박혜숙, 쉐리 라비노비츠, 도리언 크래프트‥‥‥‥
  이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최초로 이루어졌다는 것 이외에 멋있는 뜻으로는 서로 다른 먼곳의 작가들과 동시에 다발적인 작업을 공동으로 이룰 수 있고, 텔레비전 등 방송 매체의 일방적 화상 및 정보 전달과는 달리 서로의 조형적 표현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여러 지역에서 같은 시간대에 공통의 조형적 표현이 재창조되기도 한다는 데 있다.
...중략...

통신개념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두 지역간의 기재들의 연결은 매우 단순하다. 여기에 개인용 컴퓨터를 추가하여 글자의 송수신이 대화처럼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것으로 보아 새로운 것이기는 하나 단순하고 대중적인 기재가 지니고 있는 보편성 때문에 그것이 예술화가 용이한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첫 시도에는 화상도 및 전송속도에 있어 부족함이 노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조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이번 「전자카페 행위」에 참여한 예술가들의 잠재적 저력임이 여지없이 나타났다.
   로스엔젤스의 작가는 산타모니카의 전자카페 주인 킷 갤로웨이, 쉐리 라비노비츠 부부와 박혜숙을 주축으로 그 현지 작가들이 「웃음」을 제목으로 정하여 참여하였고, 서울측의 작가들은 이곳의 전자카페 후원자인 안상수와 금누리가 새로운 것에 순발적인 조형행위로 뜻있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보이는 실험작가들을 선정, 함께 참여를 부탁하였다. 그 때의 모임에서 이곳의 대응 주제는 이불의 제안으로 「전염」으로 하였다. 먼저 양측의 분위기와 작가들의 표정들이 소개되고 박혜숙의 텔레퍼포먼스 「불타는 스님」이 한국의 전통적 음의 장단과 함께 전송되어 왔다. 이어 안상수의 「가나다라」와 배경음악으로는 노찾사의 「사계」로 서울측의 시작이 전해지고, 고낙범의 「흉내」라는 제목에서 춤추는 그의 백합이 손뼉소리와 단순한 장단으로 이어지는 신디사이저 소리를 감지하며 춤추고, 그가 낀 안경에 붙어있는 하얗고 동그란 눈동자와 함께 전송되었다. 다시 로스엔젤스측에서 도리언 크래프트의 「개를 기다리며」라는 이름의 대지 사진들이 넘겨져 왔다.
    서울서는 「여보세요, 여보세‥‥‥ 여보세요 요 요 요」 변조 마이크를 이용하여 시작한 이불의 퍼포먼스 「재전염」이 이루어지며, 1990년 홍수에 젖은 그녀의 작품이 주전자물에 다시 젖는다. 여기에 최정화의 「간섭」. 사전에 특정한 주제없이 그때 그때 그가 준비한 의료용 각종 마스크를 주된 소도구로 하여 다른 작업에 간섭하며 동참하는 것이다. 그는 이불의 얼굴에 여러 마스크를 들이댄다. 이불은 변조 마이크를 활용, 괴성에 괴성의 괴성을 품어댄다. 최정화는 진공소제기의 흡입판을 그녀에게 들이대며 그의 「간섭」도 마친다.
    로스엔젤스에서는 박혜경의 얼굴이 하얀 백지로 부분적으로 가리워져 연속적으로 날아온다.
   문주의 「전자 거울」. 그는 화상전화용 카메라를 회전시키기를 요구하며 쇠 절구에 시계들을 넣으며 방아 짛는다. 톱니 부속, 유리조각이 뛰쳐나온다. 부수어진 시계들 파편을 접시에 담고, 그 접시에 알콜을 뿌린 후 불로 익힌다. 소화기 등장, 하얀가루 품으며 접시불을 끈다. 식탁같은 작업대는 안개꽃, 솜사탕으로 변한다. 화상카메라를 바르게 고정토록 요구하고는 익혀진 시계를 점잖게 먹으려하며 그의 화상전송은 끝난다.
   로스엔젤스에서 백두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는 작가의 얼굴과 인사말이 기대치 않게 전해온다. 그의 얼굴은 이곳의 모니터에 계속 남아있다. 그의 인사말도 계속된다. 내년에 서울서 전시할 것이라 한다. 그의 작품은 나타나지 않는다. 내년에 보아주면 좋겠다 한다. 인사, 계속되는 인사. 인사 자꾸 한다.
   이규철, 그는 빨리 집에 가야 한단다. 이사가는 날이라고, 이사가기에도 좋은 날이기에 놓칠 수 없단다. 일정한 각도로 구멍 뚫려 있거나 둥근 공에 인화되어있는 그의 「공간과 시지각」은 재복사하여 팩시밀리로 로스엔젤스로 전송. 로스엔젤스측에서의 텔레 퍼포먼스는 끝났다고 알려 온다.
  금누리의 「왜곡된 자신」 나는 내 얼굴에 조그만 작품을 손가락으로 설치하여 일차 전송, 그 후는 작품사진을 내 얼굴과 곡면에 투사한 사진들을 재인화하여 준비한 작품을 실제 얼굴의 부분과 함께 단편적으로 몇차례 전송. 효과음은 빈 공간에서 울리는 총소리.
  로스엔젤스측에서 끝을 알리는 참여작가들의 인사. 손흔드는 작가들의 모습들이 날아옴.
  전화 요금이 계속 올라간다. 당황해하는 로스엔젤스 측. 종료를 종용한다. 서울측의 스피커 폰 ; 『이곳은 백광현의 작품이 남았음. 계속 참여바람.』 그는 벌거벗은 동판을 전송함 그는 고릴라 탈을 쓰고 상징적 적십자 머리띠를 누르고 신속한 동작, 연속적 전송... 여기서도 최정화의 「간섭」또 다른 의료용 마스크들의 등장, 마스크들의 춤...... 끝. 끝
  서울측의 출발점이었던 「가나다라」의 작가 안상수가 전자카페 계획 1990917의 마지막을 밝히려던 「자차카타파하」는 생략. 백광현의 마지막 전송화면이 모니터에 남은 상태로 끝맺음.

이하 생략...

당시 이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를 지녔는가?
<일렉트로닉 카페>의 통신미술행위는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첫 번째였고 국제적으로도 두 번째였다. 그러나 카페에서 한 것으로는 첫 번째이다. 킷 갈러웨이과 셰리는 파리 현대미술관과 L.A미술관을 연결해서 한 적이 있는데 우리가 하기 6개월 전 했지만, 카페에서 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대중적인 기자재로 대중적인 공간에서 한 국제적이고 동시다발적인 미술행사였다는 데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이것은 네트웍 아트의 시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