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집 |
| 2021/12/17(11:09) from Anonymous Host | |
| 작성자 : 강진모 + 황지우 > 누리 | 조회수 : 144 , 줄수 : 24 |
| 詩민학교 6 |
|---|
 내려받기 :
Jinmo_Kang_cultural_power_books_267454620_2091637490990526_5205619510077370005_n.jpg
(195 Kbytes)
|
|
Jinmo Kang cultural power books 267454620_2091637490990526_5205619510077370005_n.jpg Jinmo Kang 12월 15일 오후 6:12 · 詩민학교 6 한국의 성악가를 해외에 알린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CD를 선물받은 적이 있다. 앞부분의 젊은 성악가들은 정말 놀라웠다. 어찌나 노래를 잘 하는지 운전하면서 어깨가 들썩거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CD의 뒷부분에서는 참혹한 수준의 노래가 나왔다. 돼지 멱따는 것 같은 그 소리 때문에, 차에 함께 탄 독일사람들에게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해졌다. 유신시절의 모든 음반 뒤에 '건전가요'가 강제되었던 것처럼, 성악계의 '어른'들을 모시다 보니 함께 담아서는 안될 참혹한 수준의 노래가 끼어들어, 좋은 노래집을 망쳐 놓았던 것이다. 터키의 노벨문학상 작가 오르한 파묵은 '글은 종이 위에서 썩는다'는 말을 했다. 미친 자본의 시대의 돈은 해외도피처에서 썩어 나가는 것처럼, 좋은 글이 널리 읽히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시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는 시절이니 우리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가 됐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한국의 경우는 문제가 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 한 이유는 김대중 노벨평화상이 발표되자, 수상을 취소해달라는 수천통의 편지가 오슬로의 평화상 위원회로 날아들었던 일이다. 한국은 상을 주어도 골치아픈 일이 생길 수 있는 나라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 특유의 문화권력 때문이다. 문화권력을 겪은 사람은,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것을 안다. 문화권력에 편입 되려면 줄을 서야 하고 줄을 서려면 작품이 시원찮은 딜레마를 안다. 그런데 노벨상위원회가 주목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실력이다. 더구나 노벨상은 현존인물에게만 주는 상이다. 그런데 실력있고 의식있는 현존작가는 도움을 받기는커녕, 문화권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견제와 억압을 받는다. 군사문화와 문화권력은 한 몸이다. 군사문화에 오염된 땅에 씨를 뿌려봐야 결과는 뻔하다. 우선 오염된 땅부터 정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일을 위해 독자보다 시인이 더 많은 현실은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보아야 한다. 시인을 줄이는 게 아니라 독자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손바닥만한 땅도, 내땅이요! 하고 깃발을 꼽는 생태에서는 야생초들이 뿌리내릴 틈이 없다. 말하자면 문화적인 맥락에서의 임자없는 땅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그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문화권력의 음습한 땅에 해가 들게 한다면, 지렁이들이 많은 그 땅은 이미 비옥한 땅이므로, 백화쟁명의 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늘진 그 땅에는 등뼈 없는 생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행동하는 양심들이 요절을 하는 사회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동사(動詞)들은 도태되고 형용사만 살아 남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어둠속에서 성냥을 그어댄 듯 눈에 번쩍 뛰는 시인이 있다. 이렇게 서슬이 퍼럴만큼 독창적인 시가 종이 위에 썩게 두어서는 안되겠기에 여기 올린다. 動詞 / 황지우 한다. 시작한다. 움직이기 시작한다. 온다. 온다. 온 다. 온다. 소리난다. 울린다. 엎드린다. 연락한다. 포위 한다. 좁힌다. 맞힌다. 맞는다. 맞힌다. 흘린다. 흐른 다. 뚫린다. 넘어진다. 부러진다. 날아간다. 거꾸러진 다. 패인다. 이그러진다. 떨려나간다. 뻗는다. 벌린다. 나가떨어진다. 떤다. 찢어진다. 갈라진다. 뽀개진다. 잘 린다. 튄다. 튀어나가 붙는다. 금간다. 벌어진다. 깨진 다. 부서진다. 무너진다. 붙든다. 깔린다. 긴다. 기어나 간다. 붙들린다. 손 올린다. 묶인다. 간다. 끌려간다. 아, 이제 다가는구나. 어느 황토 구덕에 잠들까. 눈감 는다. 눈뜬다. 살아 있다. 있다. 있다. 있다. 살아 있 다. 산다. ( '문화권력' 책, 94 X 73 X 32cm, 2008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