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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집 |
| 2022/08/24(10:25) from Anonymous Host | |
| 작성자 : 베벌리 | 조회수 : 219 , 줄수 : 17 |
| ...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넓적다리뼈 ... 얼룩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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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_Beverly Jouber 299791576_614157240081584_2233501444215993015_n.jpg 류시화 Shiva Ryu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넓적다리뼈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기 위해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 뉴기니 섬, 발리 등지의 오지 마을들에서 평생을 보냈다. 그녀가 생을 마감했을 때 파퓨아뉴기니의 마누스 섬 주민들은 자신들의 대추장이 죽었을 때처럼 닷새 동안 장례식을 치르며 애도했다. 뉴기니 섬의 아라페시족과 문두구머족에 대한 미드의 연구는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두 부족은 같은 섬에 살면서도 성향과 기질이 매우 달랐다. 아라페시족은 온순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문두구머족은 남자든 여자든 난폭하고 공격적이었다. 미드는 두 부족의 아이 키우는 방법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아라페시족 엄마들은 아기를 그물 모양의 작은 가방(자궁 속 경험을 상징하는)에 넣어 앞으로 안고 다니면서 아기와 계속 접촉하고 눈길을 보내며, 원할 때는 언제나 젖을 주었다. 반면에 문두구머족은 거칠게 짠 불편한 바구니에 아기를 넣어 이마에 지탱한 끈으로 등 뒤에 매달고 다녔다. 자연히 아기는 엄마의 몸과 분리되어 아무 접촉을 할 수 없었고 엄마의 표정도 볼 수 없었다. 좀 더 큰 아기는 엄마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등 뒤에 매달려 다녔다. 젖을 먹일 때도 아라페시족은 앉아서 아기가 젖꼭지를 잘 물도록 배려하면서 젖 먹는 동안 지속적으로 등을 토닥여 주었다. 하지만 문두구머족 엄마들은 서서 한쪽 팔로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다 보니 팔이 금세 아파서 젖 주는 일을 중단하고 다시 바구니에 넣었다. 아라페시족의 평화성과 문두구머족의 폭력성의 차이는 바로 접촉의 차이였던 것이다. 미드는 또한 아라페시족의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사냥하다가 손을 다치면 치료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부족 사람들에게 상처 입은 것을 알려 동정과 위로를 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상처를 말하고 다니는 동안 고통을 잊고, 이웃들은 타인의 피해에 공감하며 자신이 처한 고통과 비교하고 상쇄함으로써 사회적 치유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한 사람이 상처 입은 감정을 집단에 표현하고, 집단은 그 감정에 호응함으로써 각자의 상처와 불행을 증발시켜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행위를 미드는 아라페시 현상이라고 불렀다. 마거릿 미드의 강의에 참석한 의사 폴 브랜든은 다음의 일화를 전한다. 미드는 한 학생으로부터 '문명의 첫 증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학생은 토기나 낚싯바늘, 간석기 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미드는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발견한 1만5천 년 된 인간의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넓적다리뼈'가 문명의 증거라고 대답했다. 넓적다리뼈는 엉덩이와 무릎을 연결하는 인체의 가장 긴 뼈이다. 넓적다리뼈가 부러지면 현대 의술이 없는 사회에서는 다시 붙기까지 6주 이상이 걸린다. 고대의 야생에서는 다리뼈가 부러지는 부상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위험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고, 강에 가서 물을 마시거나 먹이를 사냥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배회하는 맹수의 먹잇감이 되거나 굶어 죽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뼈가 치유될 만큼 오랫동안 부러진 다리로 살아남은 동물은 없다. 적자생존 법칙만이 지배하는 곳, 혹은 몸이 약하거나 다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을 무시하고 잊어버리는 곳에서는 부러졌다가 붙은 흔적이 있는 넓적다리뼈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러진 넓적다리가 다시 붙었다는 것은, 어떤 다른 인간이 그 낙오자가 치유되는 동안 돌봐 주었음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부상당한 동료의 곁을 지켜 주었고, 상처를 묶어 주었으며, 안전한 곳으로 옮겨서 다 회복될 때까지 사냥을 해서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이다. 인류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거릿 미드는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 초고속 인터넷과 최고 성능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문명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돌도끼로 싸우는 것은 야만이고 핵탄두 미사일로 전쟁을 하는 것이 문명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발전한 도구들을 자신과 동일시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문명인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문명인의 증거는 그런 외부의 도구에 있지 않은 것이다. 자신만의 생존을 도모하지 않고 동료 인간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 그 동료가 역경에 처했을 때 함께 공감하며 그가 어려움을 이겨 내도록 돕는 것이 문명인의 시작점이라고 미드는 말한다. photograph_Beverly Joubert(자세히 보면 얼룩말이 보인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2019년 올해의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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