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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15(22:15)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금노상 (geumnosang@hanmail.net) 조회수 : 16972 , 줄수 : 49
당신의 하인 Servus!

'안녕하세요?’는 우리가 요즘 자주 쓰고 있는 인사말이다.
내가 어릴 때는 ‘밤새 안녕히 주무셨어요?’ ‘진지 드셨어요?’라는 인사말에도 익숙했다.
얼마 전에는 영어식 인사말로 ‘좋은 아침(Good Morning)’이라는 좀 어색한 인사말도 있었던 기억이 있다.

　나라마다 인종도 성격도 다르고, 자연환경도 물맛도 다르듯이 인사말도 나라마다 다르다.
오랜기간 유학을 했던 오스트리아는 아침이건 밤이건 세어부스(Servus)라는 말로 인사한다.
유학시절 내내 뜻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사용했던 이 인사말의 뜻을 그 나라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어원이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안다”며 뜻은 “나는 당신의 하인입니다”라고 말해 주었다.  
그 뜻을 알게된 나는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되어지기도 하고 어색한 것 같았지만
생각할수록 너무 멋있는 인사말이라고 느끼게 됐다.

　사회적 신분이나 나이의 고하도 관계없이 모두들 ‘세어부스’라고 인사한다.
대통령도 국민에게 ‘나는 당신의 하인이오’라고 인사하고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남편이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이렇게 인사를 하니 얼마나 평화로운 곳이 되겠는가?
이러한 국민들의 정신자세가 그 나라의 수도 비엔나를 음악의 도시로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러한 마음자세로 생활을 한다면 우리들의 세상은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을 주인으로 생각한다면 이것은 천국이 아닌가?

　문득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잘 해주시던 담임선생님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천국과 지옥에 사는 사람들이 식사를 할 때 자기 팔보다 긴 수저를 사용하여 밥을 먹는 것은 똑 같은데
천당에는 서로 먹여주어 아무 불편함이 없이 배불리 먹지만 지옥에서는 서로 먹으려 하니
자기 팔보다 긴 수저로는 도저히 자기 입에 음식물을 넣을 수 없어 굶주림에 고통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단순한 이야기이며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들어도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안타깝고 어리석다고 생각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마음의 아량을 갖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일부 분야에서 일고 있는 노사간의 갈등도 이런한 의식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에게 어떤 구성원이든 즉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단체, 단체와 단체간에
서로를 위하는 하인의식이 필요하다.  
남을 누르며 압박하여 서로 위에 군림하려 하지말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하인의식이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정신으로 서로 공존한다면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 들었던 천국은
우리들 마음자세에 의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천문화예술회관에 소속되어 있는 교향악단이나 각 분야 예술에 종사하는 단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의 혼을 우리 인천시민들을 위해 전달하며
시민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려는 마음을 갖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무대뒤에서 역할을 하는 직원들은 단원들을 위해
어떠한 것들을 지원해야 예술활동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 제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 인천시는 예술인들에게 풍요로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은 물론 각 단별로 조례개정을 하여,
각 단체별로 특징있게 활동할 수 있게 하루 빨리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건들이 만들어질 때 인천의 문화예술은 시민들과 함께 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아주 간단한 천국의 식사법이 깨끗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할 문화예술분야에서조차 적용되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 굶주림에 고통받는 메말라버리는 인천이 되고 말 것이다.

20021214/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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