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널리.알림
2006/07/25(13:00)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금누리
조회수
: 27180 ,
줄수
: 85
장세양
집멋마련비(건축가) 장세양 잠들다
첫 만남 20 해째 접어들었다.
그가 공간 우두머리를 맡고 얼마 뒤 나에게 낮밥을 함께 나누자고 하였다.
김수근
님이 돌아가신 뒤 공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 지 생각 들던 참이다.
기꺼이 받아들였다.
공간에는
김수근
님의 냄새가 남아 있고, 검은 목댕기에 검은 옷매를 차리고 있는
장세양님을 보니 그 둘이 꽤 닮은 집멋마련비라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는 낮은 목소리로 느리게 이야기를 꺼내었다.
작은 목소리는 밥집까지 이어졌다.
미리 갖춘 칸으로 들어가 밥상 앞에 다가서는데 이런 놀랄 일이 있는가.
장세양님의 발이 맨발이 아닌가.
바르게 갖춘 검은 옷매, 검은 댕기, 검은 신발, 검붉은 공간에서 지녔던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 찰나에 사라졌다.
그는 내가 묻기에 앞서 왜 맨발인지를 알려주었다.
양말은 갑갑하여 도저히 신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갑갑함 때문에 그러한 차림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크고 씩씩하게 보였다.
검은 옷매와 거칠지만 듬직한 맨발은 스스로 잘 짜낸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나는 그렇게 두드러진 꼴들이 집짓는 일에도 좋은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마셨다.
그 날 낮밥부터 다음날 새벽 다섯 때까지.
보았다.
그렇게 많은 술을 이어 마시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
맨발로 그린 집만이 아니라 술 바다를 헤쳐 나가는 그의 몸가짐만 보아도
그즈음 어려움에 빠져있던 공간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로서는 새로운 술벗도 얻은 셈이다.
그 때 나에게 공간 책 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고, 책 속뜻 짜는 일을
맡아 도와주기를 바란다며 곧바로 묻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책 속뜻을 새로이 해 나가는 것보다는 쓰이는 돈 때문에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으며, 그 책을 보려고 돈을 미리 낼 이들을 더 느릴 수
있는 길들을 찾아 보자고도 하였다.
밖에서는 그 책을 끊임없이 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말이 떠돌아서 나의 생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여기며, 그 스스로는 책의 속뜻을 새로이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며칠 뒤 나는 앞으로 10 해가 더 지날 때 까지 공간 책을 보내 달라며
120달 책값을 홀로 미리 보내었다.
그에게는 얼마쯤 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뜻을 알아차리고 걸어온
말틀(전화기)에서 들리는 그의 소리는 즐거운 힘이 크게 담겨 있었다.
그 뒤 나에게 10 해마다 공간에서 홀로 여는 멋질잔치(개인전)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10 해씩 나눠 셈하는 데 있어서도 넓고 깊은 흐름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눈을 지닌 멋질비이다.
첫 만남 뒤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만날 때마다 깊은 술과 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으로 큰 멋질비라면 죽을 일이 없다.” ... “그렇다.” ... 이런 이야기들이다.
무거운 짐이나 일에 매여 있는 이들에게는 힘을 북돋는 꿀로 지은 알과도
같은 말이기도 하였다.
김수근
님의 집들과 그림들 그의 멋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집멋마련비 장세양님이
김수근
님을 이어간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보였다.
10 해 앞서 돌아가신 날을 기리며 빚어 만든
김수근
님을 세우고,
그 천을 함께 걷어 벗긴 바로 뒤 옆얼굴이 그님을 꼭 빼닮았다 하기에
나는 앞 얼굴은 젊은 장세양님을 닮았기 때문이라 하였다.
나는
김수근
님의 얼굴에 그의 느낌도 드러나 보였음을 말하니 나에게 자랑스러운
눈빛과 웃음을 띤 것이 새삼스럽다.
공간에서 <임금이 세운 방콕큰배움터(방콕왕립대학교정) 마련그림(설계)을
맡게 되었다며 기뻐하였고, 쿠알라룸푸르 가운데 들어설 가장 큰 마을(초대복합단지)를
새로이 마련 그리게 되었다고 술을 따라주며 기뻐했다.
나는 그의 눈 속을 보며 하늘 아래 참 큰마음이 담긴 맑은 집들을 떠올렸었다.
김수근
님 돌아가신지 10 해 되는 날 저녁 그와 마지막으로 손을 잡아 마음을
나눈 곳도 첫 만남처럼 공간 그곳에서 이다.
그는
김수근
님보다 젊은 나이에 그의 삶을 비웠다.
그러나
김수근
님보다 10 해나 더 공간을 보았다.
10 해. 그것이 바뀌어도 참된 멋질비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쿠알라룸푸르 가운데 그 위 빈 곳에라도 그가 그은 줄들이 보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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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말: 윗글은.10.해.앞.공간에.쓴.글을.오늘.우리글로.손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