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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15:59)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 + 강진모 조회수 : 1023 , 줄수 : 22
넾렡티

쌍둥이 빌딩이 낮은 구름 위로 사라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러니까 그때는 여객기가 쌍둥이 빌딩을 들이받기 얼마 전의 겨울날이었는데,
나는 그날 비오는 뉴욕의 거리를 걸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갔었다.
그곳에서 황옥석으로 깍은 이집트 조각 '네프레티 여왕의 초상'의 파편을 보았는데,
그로 인해 나는 예술은 발전하는 게 아니라 변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동시대에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예술이 있는가 하면,
유구한 세월을 견뎌내는 작품이 있고,
어떤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빛을 발하는 작품도 있다.
약 3400년 전에 만들어진 이 군더더기 없는 두상이 바로 그런 경우였는데,
거기에는 예외적인 예술적 기량과 종교가 있었고 관능이 있었고 돌의 아름다움과
그에 대한 애정이 손바닥만한 돌덩이에 함께 응축되어 있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 하나는 예술과 종교가 아직 분화하기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겠다.
파라오는 신이었기에 신의 모습을 만드는 일은 선택받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불자가 불상을 깍는 일처럼 노동인 동시에 헌신적인 수행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던 무명의 예술가들은 모두 잊혀졌지만
다행히도 그들의 작품들은 살아남아 한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을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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