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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5(14:03)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최봉영 조회수 : 2256 , 줄수 : 127
한국사람이 말을 만들어 쓰는 바탕

1. 이름말과 풀이말

사람들이 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려면,
먼저 무엇을 가리키는 이름말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풀이말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무엇을 가리키는 ‘쓸개’라는 이름말과
그것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쓰다’라는 풀이말을 갖게 되면,
“쓸개는 쓰다”라고 말할 수 있다.
“쓸개는 쓰다”라는 말에서, 무엇을 가리키는 ‘쓸개’와
그것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쓰다’는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이다.
‘쓸개’는 ‘쓰다(쓴 것)’에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이고,
‘쓰다(쓴 것)’는 ‘쓸개’에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이다.
사람들은 ‘쓸개’와 ‘쓰다’처럼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쓰게 되면,
말의 뜻을 또렷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쓰다(쓴 것)’라는 말의 뜻을 가지고서
‘쓸개’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또렷이 알 수 있고,
‘쓸개’라는 말의 뜻을 가지고서 ‘쓰다(쓴 것)’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또렷이 알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말을 만들 때,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쓸개’와 ‘쓰다(쓴 것)’처럼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바탕으로 삼아서,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여러 가지 이름말이나 풀이말을 만들어 쓸 수 있다.
예컨대 사람들은 ‘쓸개’와 ‘쓰다’를 바탕으로 삼아서
‘쓸개’, ‘쓴 것’, ‘쓴 약’, ‘쓴 소리’, ‘쓰다’, ‘씁쓸하다’,
‘씁스레하다’, ‘쌉쌀하다’와 같은 말을 만들어 쓴다.  

2. 한국말에서 이름말과 풀이말

한국사람은 “쓸개는 쓰다(쓴 것)”처럼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만들어서, 말의 뜻을 또렷하게 만들고,
말의 차림을 살뜰하게 차리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아왔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말에는 “다래는 달다(단 것)”,
“부들은 부드럽다(부드러운 것)”,
“파래는 파랗다(파란 것)”, “토끼는 토끼다(토끼는 것)”,
“신을 신다(신는 것)”과 같은 말이 매우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쓸개’와 ‘쓰다’처럼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소리, 빛깔,
모양, 맛깔, 냄새, 닿음 따위를 좇아서 이루어진다.  
첫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소리를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사람들은 귀에 들리는 소리를 바탕으로
‘뻐꾸기’와 ‘뻐꾹뻐꾹’, ‘개구리’와 ‘개굴개굴’과 같은 말을
만들어 쓴다.  
둘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빛깔을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눈에 보이는 빛깔에 바탕을 둔 ‘파래’와 ‘파랗다’,
‘노루’와 ‘노랗다’와 같은 것이다.   
셋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모양을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눈에 보이는 모양에 바탕을 둔 ‘징거미’와 ‘징그럽다’,
‘구름’와 ‘구르다’와 같은 것이다.
넷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맛깔을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혀로 느끼는 맛깔에 바탕을 둔 ‘다래’와 ‘달다’,
‘쓸개’와 ‘쓰다’와 같은 것이다.
다셋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냄새를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코로 느끼는 냄새에 바탕을 둔 ‘노린재’와 ‘노리다’,
‘꽃’와 ‘고소하다’와 같은 것이다.
여섯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닿는 느낌을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살갗에 닿는 느낌에 바탕을 둔 ‘미꾸라지’와 ‘미끄럽다’,
‘부들’과 ‘부드럽다’와 같은 것이다.
일곱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일을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어떤 것에서 일어나는 일에 바탕을 둔 ‘토끼’와 ‘토끼다’,
‘사람’과 ‘살리다’와 같은 것이다.  

3. 한국사람과 한국말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말을 만들어 쓰는 바탕이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난다.
몇 개를 추려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벌과 벌다
한국말에서 ‘벌’은 ‘벌다’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벌다’는 “그가 돈을 벌다”, “그가 매를 벌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엇이 어떤 것을 벌어서 불어나거나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벌’은 쉬지 않고 이꽃 저꽃의 꽃가루를 벌어다가 끊임없이
꿀을 불려 나가는 일에 바탕을 둔 말이다.
벌이 날개를 떠는 모습에서 ‘벌벌 떨다’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2)나비와 납작하다.
한국말에서 ‘나비’는 ‘납작하다’,
‘나풀나풀’과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납작하다’는 어떤 것에서 볼 수 있는 얇고 반반한 것을 뜻한다.
‘나비’는 ‘납+이’로서 납작하게 생긴 두 쪽의 날개가
짝을 이루고 있는 모양에 바탕을 둔 말이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나풀나풀’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3) 파리와 팔팔하다
한국말에서 ‘파리’는 ‘팔팔하다’,
‘팔랑팔랑’과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팔팔하다’는 어떤 것이 힘차게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파리’는 ‘팔+이’로서 짧은 날개를 파닥여서
이곳저곳을 팔팔하게 날아다니는 일에 바탕을 둔 말이다.
파리는 사람들에 붙어서 살아가기 때문에 팔팔하게 날아다녀야,
죽지 않을 수 있다.
파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팔랑팔랑’,
‘파닥파닥’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4) 잠자리와 잠잠하다
한국말에서 ‘잠자리’는 ‘잠자다’,
‘잠잠하다’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잠자리’는 ‘잠잘+이’로서 기다란 날개를 가지고서,
이곳저곳을 잠잠하게 날아다니는 일에 바탕을 둔 말이다.
잠자리는 제자리에서 잠잠하게 날 수도 있고,
잠자듯이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앉아 있는 잠자리를 손으로 잡을 수도 있다.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잠자리 비행기’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5) 쓸개와 쓰다
한국말에서 ‘쓸개’는 ‘쓰다’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쓸개’에서 볼 수 있는 맛깔을 ‘쓰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쓸개’는 ‘쓴맛’을 가늠하는 잣대와 같다.
사람들은 ‘쓸개’에서 느끼는 ‘쓴맛’을 길잡이로 삼아서,
‘쓴맛’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볼 수 있다.  

6) 파래와 파랗다
한국말에서 ‘파래’는 ‘파랗다’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파래’에서 볼 수 있는 빛깔을 ‘파랗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파래’는 ‘파란 빛깔’을 가늠하는 잣대와 같다.
사람들은 ‘파래’에서 느끼는 ‘파란 빛깔’을 길잡이로 삼아서,
‘파란 빛깔’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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