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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골 땅 속에서 '훈민정음' 금속활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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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 바라나시 .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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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무엇을 말하는가
최봉영
이쪽과.저쪽을.아울러.'아름'으로.볼.수.있는.잣대는.?
내가 한국방송통신대학 신문에 달마다 쓰고 있는
"우리말로 읽는 한국인의 심층" 가운데 열 번째 글이다.
2021년 6월 21일 발행
《아름다움은 무엇을 말하는가》
한국말에서 ‘아름답다’는 ‘아름’과 ‘답다’로 이루어진 말이다.
“꽃이 아름답다”는 것은 꽃이라는 ‘아름’이 ‘~다움’에
이른 것을 뜻한다.
‘아름답다’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알려면,
‘아름’이 ‘~다움’에 이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하고,
이어서 임자가 어떤 잣대를 가지고, 그러한 느낌을 갖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안’, ‘알’, ‘아름’, ‘안다’, ‘알다’, ‘답다’,
‘어울림’, ‘그위’ 따위를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1. 안과 알
한국말에서 ‘안’, ‘알’, ‘아름’, ‘안다’, ‘알다’는 바탕을
같이 하는 말이다.
한국말에서 ‘안’은 ‘밖’과 짝을 이루는 말로서, ‘안’은 어떤 것의
안쪽을 말하고 ‘밖’은 어떤 것의 바깥쪽을 말한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잣대로 안쪽과 바깥쪽을 갈라서,
어떤 것에 속하는 것을 ‘안쪽’이라고 말하고,
어떤 것에 속하지 않는 것을 ‘바깥쪽’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안쪽과 바깥쪽으로 가르는 것은 안팎을 나누는
'금'을 좇아서 이루어진다.
안팎을 나누는 '금'의 안쪽은 닫혀 있고, 바깥쪽은 열려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금’을 가지고,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간다”
또는 “안에서 바깥으로 나온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안’으로 닫혀 있는 어떤 것의 둘레를 에워싸고 있는 것을
‘겉’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은 둘레를 에워싸고 있는 ‘겉’을 통해서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한국말에서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은 둘레를 에워싸고 있는 ‘겉’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말이다.
‘~것’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들은 ‘겉’에서 ‘안’으로 들어가 있는 쪽을 ‘속’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에서 ‘겉’은 밖으로 드러난 것이고,
‘속’은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것의 ‘겉’과 ‘속’은 언제나 함께 하기 때문에
‘겉’만 따로 있을 수도 없고, ‘속’만 따로 있을 수도 없다.
한국말에서 ‘알’은 어떤 것의 ‘안’을 이루고 있는 ‘겉’과
‘속’을 아울러서 일컫는 말이다.
사람들은 ‘겉’에 ‘속’이 들어 있으면 ‘알짜’라고 말하고,
‘겉’에 ‘속’이 비어 있으면 ‘쭉정이’라고 말한다.
‘알이 들었다’, ‘알이 찼다’, ‘알이 배었다’는
‘속’이 들어 있는 것을 말한다.
한국말에서 ‘안다’는 임자가 팔을 벌려서 어떤 것을 둘러싸서,
‘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아기를 안는 것은 팔을 벌려서 아기를 둘러싸서
품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한국말에서 ‘알다’는 임자가 어떤 것을 이루고 있는 ‘겉’과 ‘속’이
어떠한지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이 사슴이 어떠한지 알아보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사슴의
꼴과 짓 따위를 알아보는 것과 함께 ‘속’에 들어 있는 사슴의 속내를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2. ‘아름’과 ‘답다’
한국말에서 ‘아름답다’는 ‘아름’이 ‘~다운 상태’에 이른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를테면 “꽃이 아름답다”라는 말은 ‘꽃’이 하나의 ‘아름’으로서,
‘꽃다운 상태’에 이르러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알+음’을 소리가 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아름’은 저마다 따로 하는 낱낱의 ‘알인 것’을 뜻하는 말이다.
낱낱의 ‘알인 것’이 함께 하는 일을 통해서 온갖 일이 일어나고,
온갖 것이 생겨난다.
옛사람들은 이런 ‘아름’을 ‘아ᄅ•ㅁ’으로 말했는데,
‘아ᄅ•ㅁ’은 ‘사(私)’ 또는 ‘사사(私事)’를 뜻했다.
이두(吏讀)에서는 ‘사사(私事)로이’를 ‘사정(私丁)’ 또는
‘사음정(私音丁)’으로 쓰고, ‘아람져’ 또는 ‘아ㄹ•ㅁ뎌’로 읽었다.
그리고 <신증유합(新增類合)>에는 ‘사(私)’를 ‘아ㄹ•ㅁ 私’로
새기고 있다.
옛사람들은 ‘사유물(私有物)’을 ‘아ㄹ•ㅁ 것’, ‘사실(私室)’을
‘아ㄹ•ㅁ 집’, ‘사전(私田)’을 ‘아ᄅ•ㅁ 밭’, ‘사사(私事)’를 ‘
아ㄹ•ㅁ 일’, ‘사의(私意)’를 ‘아ㄹ•ㅁ뜻’으로 일컬었다.
‘아름 私’에서 ‘아름’은 저마다 나름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낱낱의 임자를 가리킨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한문지식인들이 ‘아름’이라는 낱말보다 ‘사(私)’,
‘사사(私事)’, ‘사사(私事)롭다’를 즐겨 쓰게 되면서,
낱낱의 임자를 뜻하는 ‘아름’은 점차 쓰이지 않게 되었다.
‘아름답다’에서 ‘~답다’는 ‘다 하다’와 ‘다 되다’에
바탕을 둔 말이다.
어떤 것이 ‘~답다’는 것은 어떤 것이 ‘다 하는 일’을 통해서
‘다 된 것’에 이른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이것은 꽃답다”라고 말하는 것은 ‘
이것’이 하나의 꽃으로서 ‘다 하는 일’을 통해서,
하나의 꽃으로서 ‘다 된 것’에 이른 것을 뜻하는 말이다.
‘~답다’는 ‘다 하는 일’과 ‘다 되는 일’이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본디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것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본디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아이답다’, ‘어른답다’는 말은 있을 수 있지만, ‘
바보답다’, ‘거지답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아이’와 ‘어른’은 본디 그렇게 되어야 하는 바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바보’와 ‘거지’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본디 그렇게 되어야 하는 바탕 위에서 ‘다 하는 일’과
‘다 되는 일’이 함께 이루어지면, ‘무엇이 무엇답다’ 또는
‘무엇이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이런 경우에 “무엇이 무엇답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이 무엇으로서
‘다움’에 이른 것에 힘을 주는 말이고,
“무엇이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이 저마다 따로 하는 낱낱의
‘아름’으로서 ‘다움’에 이른 것에 힘을 주는 말이다.
3. ‘어울림’과 ‘그위’
사람들은 어떤 것을 이루고 있는 이쪽과 저쪽이 함께 잘 어울려 있다고
여기면, 그것을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어떤 꽃을 이루고 있는 빛깔, 크기, 모양 따위가
이쪽과 저쪽으로 함께 잘 어울려 있다고 여기면,
그러한 꽃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것을
이루고 있는 이쪽과 저쪽을 함께 어울러서 하나의 ‘아름’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울림을 바탕으로 삼아서, 어떤 것이 하나의 ‘아름’을
잘 이루고 있다고 여기면,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한국사람은 이쪽과 저쪽을 함께 어울러서, 하나의 아름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잣대’를 ‘그위’라고 불렀다.
그들은 ‘그위’를 ‘그위 공(公)’으로 새겼는데,
‘그위’는 모두가 함께 하는 ‘공공(公共)’의 잣대로서,
‘그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을 하나로 어우르고 아우른다.
한국사람은 ‘그위’라는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을 하나의 ‘아름’으로 어우르고 아울러서,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꽃’, ‘그릇’, ‘몸매’, ‘얼굴’과
같은 것을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것과 함께 눈으로 볼 수 없는
‘뜻’, ‘생각’, ‘꿈’, ‘마음’과 같은 것도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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