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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널리.알림

2021/09/25(18:41)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강진모	조회수 : 3071 , 줄수 : 74

철학하는 . 어린이 . 학교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다가 싸움이 났다.
판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그리하여 다음 수업시간에는 공정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선생은 학생들에게 물었다.
재능있는 선수가 항상 이기는 것은 과연 공정한가?
그러자 아이들은 '잘 하는 선수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능의 차이가 워낙 커서 노력해봐야 이길 희망이 없는
아이의 입장에서라면 어떨까?
그래도 공정한가? 하고 물었다.
아이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부자의 자식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부자가 되는 것이
공정한가?하고 선생은 물었다.
아이들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모의 신체적 특성과 재능을 물려받은 자식이 따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축구를 잘하는 것은,
잘사는 부모를 둔 자식이 저절로 잘 살게 되는 것과는 무엇이
다르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생각에 잠겼다..

이상은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산골 초등학교에서 실제 진행되고 있는
수업방식이다.
특유의 토론식 학습 방법으로 '6개의 뛰어난 학교'중의 하나로
전 독일에서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학교이다.
그리하여 이 슈터탈 산골 초등학교는 '철학하는 어린이 학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한국의 교육이 무엇이 틀렸는 지를
알 수 있다.
학교는 개인이 어른이 되는(사회화 되는) 현장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개인과 사회가 동등한 입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노예가 되어서도 안되고 개인을 위해 사회가
사유화되어서도 안된다.

그런데 한국의 학교는 전쟁터가 되었다.
그 이유는 뭔가.
그것은 한 마디로 학교가 '자본의 용병 양성소'이기 때문이다.
식민지가 아니고서는 생겨날 수 없는 그것은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을 자본사회의 용병으로 양성시키는 훈련소인 것이다.

식민사관학교와 훈련소에서는 백성들을 가장 능률적으로 착취하는
병정 로봇과 사관 로봇과 장군 로봇들을 양성한다.
고위층 로봇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법전서를 달달달
외울 수 있는 '기억력'이다.
식민지의 관리가 되려면 기억력의 제단 위에 모든 뇌용량을 바쳐야 한다.
감성지능이나 상상력이나 예술적 취미 혹은 해학이나 철학적 사고를 위한
여지가 없는 것이다.

식민지 관료들에게, 느끼고 생각하는 능력은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능장애를 일으키므로 매우 곤란하다.
그러므로 비인간적인 업무에 가장 적합한 로봇들은 사이코 로봇이나
소시오페스 로봇들이다.
실제로 그들은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므로 식민지의 요직을 부여받는다.
그러한 최고의 엘리트코스를 밟으려면 아예 초등학교 때부터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뿌리를 뽑아놓아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이지만,
이 능력을 위해서는 밤톨 만큼의 뇌용량이면 충분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가장 중요한 인간조건이다.
그런데 식민자본의 인간성 말살교육은 이러한 인간적인 능력을
의도적으로 제거해 버린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주입되는 정도가 아니라 주조된다.
주어진 전공에 맞게 야수처럼 길들여지는 것이다.
야수들은 생각하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수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짓거나 인류를 수십번 절멸할 수 있는
핵단추를 누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지구의 생태계를 벼랑 끝에 올려 놓은 인간에게는 생각하고
느끼는 능력을 포기할 자유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