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널리.알림
2023/10/25(04:20)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문익환 + ?> 강진모 > 누리 조회수 : 1187 , 줄수 : 28
동주야

너는 스물 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 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일찍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구질구질하게 늙어 가는 게 억울하지 않냐고
물으면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다는게
여간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져 늙어 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고 젊음을 불사르겠나
김상진 박래전 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삼킨 어둠
네 살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살아져 버릴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가운데 문익환, 오른쪽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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