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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23:23)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발바라.쿠루겔 +> 김정락	조회수 : 1240 , 줄수 : 35

마랕.의.죽음

세상에서, 아니 미술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초상화로 꼽히는 <마랕의 죽음>은
자크 루이-다비드가 그렸다.
단순히 한 정치가의 죽음(암살)을 그려냈다는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랕(Marat)는 프랑스대혁명 때 혁명정부(자코뱅 당 주도)의 요인이었고,
가장 급진적인 인물 중에 하나였으며,
민중들의 광적인(?) 사랑과 인기를 얻었던 인물이다.

혁명을 저지하고 싶었던 왕당파는 한 여인(Corday)을 자객으로 보냈다.
그 여인은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정치가에게 긴히 전할
메시지를 들고 왔다고 접견을 허가받았다.
피부병을 앓아서 평시엔 욕조 안에서 업무를 보았던 마라에게 다가간
여인은 그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마침 마랕는 ‘민중의 친구(L'Ami du peuple=신문)’을 교정하고 있었다.
유물로서 피에 젖은 교정지가 아직도 남아있다.
그림 속 마랕는 마치 순교자 혹은 책형 후 그리스도처럼 팔을
욕조 밖으로 늘어뜨리고 숭고한 죽음의 자세를 취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다비드는 실제로 사건의 현장을 직접 보고 스케치를 했다고 한다.
그 스케치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또한 가장
설득력 있는 구도와 인물형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탄생하였다.
구도마저 파격적이어서 그림의 상부는 그저 빈 벽이고,
반쪽 아래 부분만 인물과 간단한 소품으로 채워졌다.
그 소품들 또한 그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거나 암살에 사용된 도구와 편지다.
마랕의 왼손에 쥐어진 코르데이의 편지는 그가 왜 죽어야했는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내가 당신의 자비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불행합니다."
Il suffit que je sois bien malheureuse pour avoir droit a votre bienveillance

Jacques-Louis David, The Death of Marat, 1793,
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