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조형

2001/10/30(03:35) from 211.219.59.53
작성자 : 남창우 (ep6tri@hotmail.com)	조회수 : 622 , 줄수 : 81

생각. 세 가지 안타까움

예전에, 누군가 내게 ’넌 변했어’라 말한 것이 자꾸 생각난다. 처음엔 완강히 부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말이 옳았음을 느낀다. 그 사람이 어떤 의미로 나에게 그 말을 했던 간에 이젠 내 스스로가 변했다는것을 느낀다. 생각하는 방식, 그 생각을 기억해 두는 방식마저 죄다 달라져 버린 듯. 정확히 말해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쩍 벌여진 어떤 것이 생긴 것 같다. 그걸 사람들은 ’격차’ 라고 부르나보다. 하긴 그럴 법도 하다. 예전에는 매일 예닐곱 시간씩 책상에 앉아 항상 문제집을 잡고 있어야만 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 스트레스도 어쩌면 그 때 더 많이 받았다. 생활 패턴 자체가 지금과는 다르다는걸 느낀다. 공부 방식도 다르다. 등교 수단 방법도 다르다. 아니, 배우는 것 자체가 틀리고 배우는 장소가 다르다. 간간히 향수도 느껴진다. 몇몇 부분에선 예전의 내가 훨씬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오늘 아침에 다시 재수를 하고 싶다는 어이없는 상상도 했다. 몇몇 별 것 아닌 점은 역시 지금의 내가 좋다. 이것저것 별 탈 없이 생각하고..단 몇 개월이라도 더 나이먹은 듯한 모습. 뭐니뭐니해도 이전처럼 무턱대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내 모습이 제일 좋다. 귀가하다 달을 바라보았다. 가을 하늘이 어느 때보다 새뜻했던, 오늘 밤의 일이다. 또한 나를 세 번 안타깝게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 하늘에 비친 구름 사이로 보이는 달이 예뻤다. 그러나 나는 별을 보지 못하였다.   나. 오직 ’나’만을 바라보며 타자에게 무관심한 것은 마치 내가 별을 보지 못함과 같기에 내 스스로 안타까웠다. 가운데. 내가 별을 그 때 바라보았을지라도 나는 별을 볼 줄 모르는 사람. 나는 바둥바둥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삶을 살 줄 모르는 미련함은, 초연하지 못함은 별을 볼 줄 모름과 같기에 내 스스로 안타까웠다. 나는 정녕 타자에게 무관심한 것을 느꼈던 걸까? 애초부터 나의 삶을 바라보기라도 했던 것일까? 달을 바라보며, 밝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꼈던 것일까? 정말 나는 그 때 달을 바라보았단 말인가? 알 수 없음에, 마지막으로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