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누리 꼴과 얼개

꼴.과.얼개

2016/06/14(22:41) from Anonymous Host
작성자 : 조해빈	조회수 : 463 , 줄수 : 10

ㄷ: 4349 ... 봄 ... 05 ... 내가.보름.안에.가볼만한.멋질.잔치.있는.곳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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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타하리>

유월 팔일 수요일, 한남동. 날씨 좋은 여덟시.

전적으로 국내에서 창작된 자랑스러운 수출용 창작뮤지컬. 한 전문가는 이 작품을 계기로 한국 공연예술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어느 한 부분 뾰족하게 지적할 점이 없는 완성도 높고 고급스러운 공연이었다.
특히 무대의 수준이 높았는데, 중앙의 삼각형의 회전하는 무대를 아주 영리하게 이용해 시각적으로 아주 아름답고 창의적이었다. 중앙 무대에서는 달리를 이용하여 한정되있는 무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또한 도입되었었는데 이 역시 보기에 좋았다. 또한 공연 내내 비극적인 주인공들의 모습을 마치 화려한 물랑루즈의 쇼 마냥 관람하는 듯 손가락질 하며 내려다 보는 중앙 무대 양 측의 측면 무대 설정은 세계 1차 대전 당시 사람들의 삶 속 극적이고 역설적인 면을 더욱 부각시켜 인상 깊었다.
노래와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였고 특히 여주 '마타하리'를 맡은 배우 옥주현의 가창력이 1부 마지막 넘버인 '어딘가'에서 폭발하듯 그 빛을 발했고 이는 곧 이야기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부분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 남주 '아르망'을 연기한 배우 엄기준은 무대에서 처음 만나 본 배우였는데 노래가 섬세하고 연기가 안정적이라 좋은 인상이 남았다.
뮤지컬 전반의 줄거리는 다소 평면적일 수 있었으나 1부 초중반의 간간한 반전들이 다행히 이야기가 고루해질 뻔함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극 무대 장르의 특성상 이야기의 진행이 빠르고 그로 인해 이야기의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마타하리> 역시 이런 장르적 한계를 극복해내진 못하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장엄한 비극성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