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조
	방 문을 굳게 닫고서 몰래하는 이야기다.그러니까 집구조...
	아버지가 집구조 설계를 세우실 적에, 몇 폭 그림들을
	벽지위에 걸어두실 적에
	벽지 위에 그림은 벽지였다. 벽에선 흙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소리 위로 자꾸만 그림이 걸렸다 벽지 위에 그림은 벽지였다
	아버지는 집구조 설계자였을 뿐이다.
	아버지가 집안에서 집구조 설계를 하실 적에,어머니는
	집 밖에 있었다. 어머니는 집 밖에서 가정을 설계하셨다
	어머니가 집 밖에서 가정을 설계하실 적에, 넓지도 않은 마당에
	가정을 설계하실 적에
	늙어 열매도 맺지 못하는 감나무 밑에서 두 누이와 나는
	미각을 키웠다. 감나무에선 설계를 잃은 상실이 맺히고
	어머니는 미각을 상실해갔다.
	어머니는 가정 구조 설계자가 되어야만 했다.
	어머니가 왜 가정 구조 설계자가 되어야만 했는지
	연유도 묻지 못한 채 나는 집구조 설계자가 되려했다.
	아버지의 그늘. 어머니가 아들인 내게 가르치신 것이다.
	나는 집 구조 설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