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쌩의 작품은 다이내믹한 전체 구성과, 문자체를 구체적인 시각 형태로 사용
한 점에서 미래파 및 다다의 타이포그라피와 매우 가깝다.
그러나 문학적 내용과 시각적 형태를, 그 문학작가의 의도가 잘 표현된 하나의
결합된 통일체로 강화하는 그의 작업은 가히 독보적이다.
20세기 초반에 유행하였던 다다이즘과 미래주의에 매료되어 타이포그라피
분야에 입문하게 되었으며, 자신의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심스럽
게 연구를 시작하였는 바 방대한 역사적 자료의 수집과 이를 토대로 한 직관적
이고 논리적인 판단으로 창조적 작업을 훌륭히 표현하여 왔다. 특히 고전적
글자 형태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조화로운 연구를 계속하여 왔다.
마쌩은 리시츠키 이후, 읽히는 타이포그라피에서 보여지는 타이포그라피로의
변화를 주도한 인물로, 리시츠키의 디자인이 '운동'을 표현한 것이라면, 그의
디자인은 다이내미즘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마쌩의 타이포그라
피의 중심 개념은 공간(space) 속에 시간(time)을 투입함에 있어서 그것을 구
체적으로 형태(form)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여기서 형태는 곧 큐빅
(cubic)이며, 이 큐빅은 입체적인 대상물이라고 생각하면서 회화에 쉽게 적용
되는 이와 같은원리를 책 속의 지면에 적용시켰다.
1958~78년에 이르는 20년 동안 갈리마르(Gallimard) 출판사에서 편집을 위해
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면서 앞서 설명한 바 있는 자신의 디자인 논리를 실험하
기 위해서 그가 가장 잘알고 있었던, 이오네스코(Ionesco)의 부조리극 <대머
리 여가수>의 연극 대본을 디자인하였다. 이오네스코의 희곡집을 위한 그의 작
품은, 만화책에서의 회화적 관례와 영화의 연속성 및 시각적 흐름을 결합하고
있다.
마쌩은 문자체 및 그 역사에 대해 10여 년 동안 꾸준히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
한 끝에, 그의 모든 정열을 총체적으로 쏟아부어서 마침내 여러 시대에 걸친
알파벳 디자인의 회화적 특성 및 그래픽적 특성을 다룬 <<글자와 이미지 La
lettre et L'image>> (1970년, Gallimard, 초판 발행)라는 책을 완성하였다. 이
책은 글자를 역사적, 사회적, 언어적, 기술적 측면에서 조사, 분석하고 그림의
개념과 비교하여 이해시킴으로써 창조적 작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타이포그라
픽계의 기념비적인 총집합체로 불린다. 현재는 고령으로 그리 활발하지는 않
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로베르 마쌩은 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
트레이터로 1925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마쌩은 젊은 시절에 아버지 밑에서 조각과 판각
(engraving) 및 문자새김(letter-cutting)을 견습
했으며, 그 후 정규적인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고
타이포그라픽 디자이너인 삐에르 포쇼
(Pierre Faucheux)에게서 그래픽 디자인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