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기둥
글쓴이
^ㅗㄴㅅ탄틴.ㅂ란^ㅜ시 > 김석모 > 누리
쓴날
2026-06-23 16:05
본수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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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10월 27일,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는 조국 루마니아에 위대한 조각 작품 하나를 헌정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위한 추모비였다. 그러나 그곳에는 희생당한 병사의 모습도, 영웅적 서사도, 치열한 전투 장면도 없었다. 대신 하늘을 향해 끝없이 솟아오르는 하나의 기둥이 세워졌다. 바로 브랑쿠시의 〈무한주 Endless Column〉이다.
조각가는 왜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공공조각을 구체적인 인물상이나 전투 장면이 아니라 추상적인 기둥의 형태로 만들었을까. 전쟁의 죽음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나 영웅담으로 재현하기보다, 죽음을 넘어서는 정신적 방향성으로 승화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무한주〉는 전쟁의 비극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조각이 아니라, 희생과 기억이 하늘을 향해 상승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조각이다.
〈무한주〉에서 반복되는 기하학적 단위들은 하나하나의 희생, 하나하나의 기억처럼 읽힐 수 있다. 각각의 모듈은 개별적 존재를 암시하지만, 그것들이 위로 반복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상승 구조를 이룬다. 이때 개인의 죽음은 고립된 죽음으로 남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의 기억 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브랑쿠시는 희생자들을 개별적인 초상이나 이름으로 재현하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기억의 리듬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무한주〉의 무한성은 영적 상징으로도 읽을 수 있다. 기둥은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축처럼 보인다. 땅은 죽음과 역사, 희생의 장소이고, 하늘은 초월과 영원, 구원의 방향을 암시한다. 브랑쿠시는 전쟁의 참혹함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그것을 상승과 초월의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므로 〈무한주〉는 죽은 자를 애도하는 조각이면서 동시에, 그들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듯한 영적 기념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