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집

물.위의.암각화

글쓴이
문인수 +?+? >강진모>누리
쓴날
2024-12-27 13:49
본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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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암각화
문인수
지금은 모르고 안 운다.
저 원시적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된
다섯살 권 모 어린이.
시방 가족 중에 홀로 ‘침몰’ 바깥에 앉아, 춥다.
아직 비극이란 걸 몰라
그저 놀란, 새까만 눈만 말똥말똥 뜬 채
엄청 큰 바다 앞에 꽉 눌려 무표정하다. 다만
조그만 손으로 애써 젖은 양말을 벗으며, 한가지는
대답한다. 한 살 터울 오빠가 벗어준 구명조끼,
그 구명조끼만은 한사코 벗지 않는다. 봐라,
아이가 한평생 껴입어야 할 여러벌
젖은 그림들.
저 물 위에 이미 깊이 새겨졌다.
훗날엔 자주 울고 있다.
-문인수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창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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