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집

범.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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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 강진모 > 누리
쓴날
2025-01-03 08:38
본수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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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 온다
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 온다
어매 아배 땀 흘리며 가꿔놓은 고구마밭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멧돼지를 잡으려고
홍장군은 카자흐스탄에서 먼 길을 나섰고
팔도의 호랑이들도 산길을 나섰다
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 온다
술에 취해 날뛰는 망나니를 잡으려고
우금치 호랑이는 트랙터를 몰고 오고
남태령 소녀들은 응원봉을 들고 오고
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 온다
임금행차놀이하다 이태원 참사 일으키더니
검사무라이들을 풀어 야당을 탄압하더니
뜻대로 안되자 장군들과 역모하여 나라를
전쟁터로 만들려는 미친 놈을 잡으려고
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 온다
고무신에 따라준 막걸리를 들이키고
기분이 너무 좋아 어깨춤을 덩실 추며
매국노를 찍어주는 노예들을 물어 가려고
그믐밤에 숯불같은 두 눈을 번쩍이며
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 온다
일제가 주고간 곳간의 열쇠를 잃을까봐
외세의 앞잡이가 되어 탐욕에 눈이 멀어
멧돼지를 왕으로 만든 왕조시대 노예들을
역사의 부채로부터 해방시켜 주려고
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 온다
조선이 식민근성을 극복하려면
100년은 더 걸린다는 말을 믿는 쥐들이
나라의 곳간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내통하는 쥐식인들을 물어가려고
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 온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이 이긴 게 아니므로
우리는 다시 돌아온다는 조선총독의 말을
복음처럼 믿으며 옛주인을 기다리는
서글픈 존재의 사슬을 풀어 주려고
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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