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뫼길을 . 걷다
글쓴이
마원 + 송상 > + 김정락 > 누리
쓴날
2025-04-18 01:32
본수
132

김정락
<馬遠의 山徑春行圖>
觸袖野花多自舞
避人幽鳥不成啼
(소매 끝 스치는 들꽃이 모두 절로 춤을 추고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새는 울지를 않는다)
과거 한때 그림은 시와 같았다. 그래서 화원을 뽑는 시험에서 중국의 황제는 시제(詩題)를 내어 화가들의 기량을 겨루게했다. 시서화가 일체였던 시대의 이야기다. 서양에서는 “시는 그림같이”라고 했지만 동양에서는 시는 곧 그림이고, 그림은 시였다.
앞에 걸어놓은 시로 마원은 <산경춘행도>를 그렸다. “봄날 산길을 걷다”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지만, 그림의 정서와 감성은 북송의 정치가이자 시인이던 송상의 시에 기원한 것이다. (이전엔 남송의 황제 영제의 시인 줄 알았다) 그는 남송의 화가다. 이전에 보았던 북송의 범관과는 달리 부드럽고 아늑한 남쪽의 풍경을 그려냈다. 느긋한 봄기운 속에 펼쳐지는 시상은 오히려 그리지 않은 여백 속에서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