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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어머님의 보지를 생각하면서...

글쓴이
유한짐
쓴날
2001-05-09 00:48
본수
30539
본래제목:'자궁의 고난' 절대 말하지마

“내가 그 말을 하는 이유는 그 말이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그것이 보이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죠. 그 말이 사람들에게 불안과 어색함, 경멸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배우 김지숙씨는 머뭇거리며, 하소연하듯, 그 말을 할 참이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손에 땀이 밴다. 하지만 해야 한다. 달싹거리던 입이 열린다.

“보지. 세상에…내가 말했네요. 보지. 어머 또 말했네요.”

여성문화예술기획이 18일~6월3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제목은 <버자이너 모놀로그>, 그러니까 `보지의 독백'이다. 그저 `거시기' 또는 `밑'이라고 표현돼 온 물건, 점잖게 `음문'이라거나 아이들 사이에선 `짬지'로 불리거나 은어로는 `뽁'이라고도 통칭되는 여성 성기가 연극 주인공이 됐다. 여성들은 왜 가장 은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기 신체 한 부분을 무대에 불러내야 했을까.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그것은 비밀이 됩니다. 비밀은 부끄러운 것이 되고, 두려움과 잘못된 신화가 되기 쉽죠.”

<버자이너…>는 미국 여성운동가이자 희곡작가 겸 배우인 이브 엔슬러가 이백 여명 여성들과 나눈 얘기를 바탕으로 해서 쓴 보고서이자 연극 대본이다(<한겨레> 8일치 24면 참조). 이 문제작이 우리말본(북하우스)을 얻으면서 연극이 함께 시작되는 힘은 옮긴이 류숙렬씨와 연출가 이혜경씨, 아홉살 소녀부터 일흔살 할머니까지를 연기할 김지숙·이경미·예지원 세 배우들의 의기투합에서 왔다. “그 말이 우리를 행동하게 하고, 나아가 우리를 아주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들어가는 말이라 할 `버자이너 모놀로그'부터 `음모' `홍수' `질워크숍' `내 자궁은 내 고향마을이야' `질을 행복하게 만들기를 좋아하는 여성의 이야기' 등 모두 아홉 개 장으로 이뤄진 연극은 `보지에 입을 달아주고 당당하게 말하게 한' 뜻을 짐작케 한다. 여성들이 소리내어 부르지 못하는 사이에 보지가 당한 숱한 고난이 결국 여성들 삶을 이지러지게 했다는 깨달음은 이제 “내 질은 꽃, 황홀한 튜울립꽃, 섬세하고 깊숙한 샘, 미묘한 향기, 부드럽지만 강한 한 떨기 꽃잎”이란 찬사로 나아간다. 평생 자기에게 보지가 있다는 걸 잊고 살았던 할머니나, 집단 강간을 당한 뒤 오염된 자궁을 슬퍼하는 보스니아 여성에게도 <버자이너…>는 말한다. “더 많은 여성들이 그것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우리의 언어 가운데 하나가 되고, 우리의 생활 중 일부가 되며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통합되고 존중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보지를 보지라고 말합니다.” (02)516-1501. 정재숙 기자j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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